CMF2009. 7. 6. 09:45
[design is materials]
새로운 실리콘 제품들
실리콘 하면 퍼뜩 떠오르는 건 온갖 잡다한 종류의 성형수술이다. 코나 가슴에 넣어도 별탈이 없는 걸 보면 ‘실리콘’이라는 재료는 확실히 신기하다. 이런 재료가 미래에 어떤 모습으로 활용될지 소재 전문가 크리스 레프테리가 들려준다.

스크린 인쇄 실리콘
현존하는 방법 중에서 가장 다양한 인쇄 프로세스를 가능하게 하는 건 아마 스크린 인쇄일 테다. 예술가나 디자이너에게 맥가이버 칼이라도 된 듯, 포스터・티셔츠・전단지 같은 소량 인쇄부터 CD・DVD・도자기・유리・금속처럼 표면이 까다로운 제품의 대량 인쇄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놀라운 활용도를 보인다. 게다가 스크린 인쇄 실리콘은 기존에 쓰던 잉크에 비해 장점도 많다. 부드럽고 유연하다. 원본이 최대 850%까지 늘어나도 높은 온도를 잘 견디니 세탁과 다리미질 같은 자극에도 거뜬하다. 기존 색상을 그대로 구현하는 것은 물론이며 반광과 무광도 된다. 이 재료는 유해 물질, 방부제, PVC로는 사용되지 않는다.


규소는 실리콘과 잘 섞이면서 긴밀하게 연결되기도 한다. 화학 원소인 규소는 화합물인 플라스틱 실리콘을 만드는 핵심 재료인 것. 1943년 코닝 글라스(Corning Glass)와 다우 케미컬(Dow Chemical)의 과학자들은 탄소, 수소, 산소, 규소를 배합해 고무 실리콘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이 물질은 주목할 만한 장점이 많다. 믿기 힘들 정도로 유연하고, 촉감적이다. 게다가 촉촉한 느낌의 반투명부터 완전한 불투명까지 다양한 표현이 가능하다. 사용 가능한 온도도 -100 C부터 250 C까지로 가히 혁명적이다. 실리콘은 화학반응을 일으키지 않으면서 유연하기 때문에 각종 의료용품으로 널리 쓰인다. 인공 보철물, 정형용품 등이 좋은 예다. 이 외에 건설, 자동차 산업, 주방용품, 전기, 장난감 등에 널리 활용되고 있다. 실리콘은 항상 새로운 형태로 개발되어왔는데, 이제부터 다우 코닝(Dow Corning)사가 개발한 새로운 실리콘 제품을 소개하려 한다. 참고로 다우 코닝사는 이미 1940년대에 실리콘을 만들기 시작한 회사라고 살짝 언급했는데, 자세한 정보와 생산 제품군을 보려면 www.dowcorning.com/design을 방문하면 된다.

1 소프트 스킨 반창고
끈적이 반창고는 정말 짜증난다. 더러 상처에 이게 잘못 붙은 걸 모르고 뗐다가 더 큰 상처를 만드는 일마저 있을 정도. 피부 위에 남는 보기 흉한 반창고 무늬 찌꺼기는 또 어떤가. 실리콘 소재의 소프트 스킨 반창고는 이런 상황에 희소식이다. 어느 상처라도 부드럽게 덮을 수 있게 임시적으로 드레싱되어 있으니까. 이 재료는 유독성 용매를 사용하지 않았기에 의료용품 외에 다른 목적으로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유연하고 압착이 자유로워 떼었다가 다시 붙이는 것도 가능하데, 심지어 물로 씻어도 접착력을 유지한다.

2 실리콘 강화 패키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는 방수 처리를 한 플라스틱 코팅 종이는 재활용이 거의 불가능하다. 그러나 실리콘 강화 패키지는 재활용도 되고, 실리콘 코팅을 한 종이 섬유로 분해도 할 수 있다. 게다가 기존의 재활용 종이나 종이 섬유를 처리하던 공정 과정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는 편리함도 있다. 이 재료는 젖어서 못 쓰게 될 환경에서도 높은 강도, 내구성, 방수성을 자랑한다.

3 실리콘 가죽
가죽은 이미 석기시대부터 다양한 형태로 사용되어왔다. 브룩(Brook)의 자전거 안장 이나 런던 저민 스트리트(Jermyn Street)의 수제 신발들의 질을 떠올려보라. 이 재료는 그 자체로 엄청난 유산이다. 실리콘 가죽은 고전적인 가죽이라는 재료를 거의 모든 방식으로 대체할 수 있다. 가구, 자동차 내부부터 신발, 장갑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기존의 색상 체계를 유지한 채 무광・반광 등 다양한 마감 표현도 가능하다. 그러나 천연 가죽과 달리 방수가 되고 자외선에 민감하지 않다는 장점이 있다. 게다가 다양한 기후를 겪어도 갈라지지 않고, 유연하고 부드러운 느낌이 지속된다. 실리콘 가죽의 가장 중요한 장점은 독한 용매나 환경에 해로운 다른 약품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것. 가죽 대체품은 물론 천연 가죽 처리 과정에도 유해 물질이 공공연히 사용된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실리콘 가죽은 단연 돋보인다. 이 재료는 기존의 공정 설비를 그대로 유지한 채 사용할 수 있다.



크리스 레프테리 Chris Lefteri
영국 RCA에서 디자인을 공부했다. 현재 디자인과 소재 분야에서 국제적으로 영향력 있는 전문가다. 디자인 산업과 제조업 사이에서 혁신적 소재의 선택을 통해 디자인 문제를 해결한다. 듀퐁, 랜드로버, 재규어, 필립스, UK디자인에서 소재 컨설팅을 하며, 8권의 저서가 있다. www.chrislefter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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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월간디자인 (2009년 5월호) | 기자/에디터 : 임나리, 민병관, 크리스 레프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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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Qandco